‘누가 내게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게 뭐냐고 물어보면, 나 혼자임을 느꼈을 때 ~’
최재훈의 ‘혼자임을 느꼈을 때’라는 노래 가사의 첫 소절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 가사처럼 혼자라고 느낄 때 슬프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저도 혼자라고 느낄 때 슬픕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 마다 혼자 있다고 외롭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자유를 느끼며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어서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그립고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불편함이나 성적, 지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위로 받고 함께 공감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 어떤 경우는 ‘그냥’,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도 모르게 그냥 그립고 보고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때에 내가 필요한 사람이 옆에 없으면 외롭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상황 별로 외로움의 강도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괴로운 심정을 털어 놓고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을 때에 느끼는 외로움은 아마 그 어떤 외로움보다 클 것입니다.
고립과 외로움만큼 두려운 게 없다. 속내를 털어놓고 위로 한마디 받을 누군가가 없다는 건 그 어떤 비극보다도 참혹하다.
<한상복의 필요한 사람인가 중에서...>
더군다나 나를 사랑하고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 한 마디를 기대하며 나의 괴로움을 털어 놓았는데, 위로 대신 엉뚱한 말만 들었을 때의 섭섭함은 이루 말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게 됩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가족이고 부부지간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조금 더 배려하려는 마음과 상대방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남녀 간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부부지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불만이나 괴로움을 털어놓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합니다.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속상하고 억울해서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상대가 누구든 자신에게 불만이나 괴로움을 털어놓으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남녀간의 차이는 때론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남자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자기를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 여자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누구에겐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가장 흔히 느끼는 불만 가운데 하나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보통 여자가 말을 하면 그냥 무시해 버리든가, 아니면 몇 마디만 듣고 자기 마음대로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하고는 자랑스럽게 수리공 모자를 눌러쓰고 그녀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자가 이 사랑의 표시를 별로 고맙게 여기지 않는 듯하면 그는 어리둥절해한다. 왜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느냐고 몇 번이고 말을 해도 그는 알아듣지 못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여자는 공감을 기대하는데, 남자는 그녀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느끼는 불만 가운데 하나는, 여자들이 늘 그들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는 그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자기가 할 일이라고 느끼고, 그때까지의 그의 생활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녀는 가정진보위원회를 조직하고, 그를 일차적 대상으로 삼는다. 그가 아무리 도움을 마다해도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할 일을 일러 주고 도움을 제공하려 든다. 그러면서 여자는 자기가 그를 보살피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남자는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남자는 인정받기를 원한다.
만일 당신이 여자라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상대가 청하지 않은 충고와 비판을 일체 삼가 볼 것을 권한다.
만일 당신이 남자라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여자가 말을 할 때 그녀의 기분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자세로 그 말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중에서...>
저도 아내의 불만이나 괴로움을 그냥 조용히 듣고 위로의 말을 해주기보다는 수리공 모자를 쓰고 해결하려고 달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싸움으로 까지 번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렵겠지만 이제라도 존 그레이의 충고를 따라 해 볼 생각입니다.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놀 대상이 없어서 또는 털어놔도 제대로 위로를 못 받는 것만큼이나 나의 존재 가치를 못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나의 존재 가치를 사람들을 통해서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학하며 살아있음을 확인합니다.
중년 (40-50대) 남성들이 마라톤에 열광하는 이유는 존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과 더 이상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존재 확인 방식은 ‘자학’이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고통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와 소통을 통해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몸에 가해지는 고통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김정운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중에서...>
따라서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외롭지 않게 사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또 소통에 대한 자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를 자학하지 않고 남은 여생을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2020/09/07 - [우리의 자세] - 소통에 대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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