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부는 금년 추석에는 나와 우리 가족, 친지의 안전을 위하여 집에서 쉬는 것을 꼭 고려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했습니다. 즉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고향(故鄕)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라고 합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입니까? 솔직히 저의 고향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부모님의 고향은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쩍 명절 때마다, 방학 때마다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님이 조부모님을 서울로 모시고 올라 온 이후 지금은 벌초하러 가거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 뿐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반백 년 가까이 서울에서 쭉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이 제 고향일까요? 그나마 서울이 고향이라면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가장 오래 살았던 동네가 고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그 주변에 갈 일이 있어서 예전에 살았던 집을 찾아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은 재건축으로 많이 변했지만 다행히 제가 살았던 집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일반 가정집이 아닌 어린이집으로 변했지만 겉모습만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곳이 저의 고향일까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건물들을 빼고는 이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이 변했고 무엇보다도 그곳은 이제 아는 이 하나 없는 그냥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 있는 동네일 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집도 누군가에 의해서 허물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흔히 고향을 마음의 안식처라고 합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언제든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줄 것 같은 곳. 그래서 그곳에 가면 지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 것 같고, 상처 난 마음도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은 곳. 그런 곳이 바로 제가 가지고 있는 고향의 이미지입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고향은 어린 시절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이면서 그곳에는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과 장소, 물건들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산업화와 도시화로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말이죠.
고향이 사라지는 이유는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지 않고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개발 때문에, 직장 때문에, 경제 사정 때문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등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소위 불알친구도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어느 순간 고향이라는 단어 자체도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잦은 이사로 집은 더 이상 평생 살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잠깐 머무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도 상관없으며, 이웃도 굳이 알고 지내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냥 옆에 사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로 인해 부동산 투기나 이웃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옆에 살고 있는 이웃은 언제든지 안 볼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사를 갈 수도, 이웃이 이사를 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오히려 기술의 발달로 이웃보다 먼 타지에 있는 사람과 소통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만 있을 때와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있을 때, 분명 나의 행동은 달라집니다. 또 그 사람들과 앞으로 안 볼 사이인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볼 사이인지 에 따라서도 나의 행동은 달라집니다. 우리는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현재 대한민국 삶이 각박해진 이유가 많겠지만 저는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생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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