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빠, 친구 같은 엄마를 꿈꾸는 부모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때 제 친구도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참 기분 좋고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모와 자식이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관계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이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위 친구라고 하는 관계도 내가 친구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의 수준과 그 친구가 나에게 느끼는 친밀감의 수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는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어려서부터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가 있어 나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장애 요소가 됩니다. 더욱이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고 자식은 부모의 보호를 받는 관계에서 친구라는 동등한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부모와 자식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즉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마치 친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된다면 만만치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분명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자식을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기댄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특히 부모의 능력이 좋은 소위 성공한 부모일수록, 자식이 어릴수록 부모가 자식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각이 깊고 성숙하며 그 성장 속도 또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하는 부모라면 우선 내 아이를 하나의 독립적인 객체로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굳이 친구처럼 지내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내 아이를 대할 때 가져야 할 생각이자 태도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아이가 부모에게 가장 의지했으면 하는 부분은 ‘고민 상담’입니다. 여기서 제가 부모라고 한 이유는 굳이 제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저였으면 좋겠지만 굳이 제가 아니어도 제 아내에게 아이가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또한 그런 관계라면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가 먼저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부모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부모가 물어볼 때 꾸밈없이 솔직히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부모 자식간의 고민을 털어놓아도 된다는 신뢰가 쌓여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부모의 고민을 아이에게 털어놓거나 아이가 부모의 고민을 물어봤을 때 대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도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물어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렵게 부모에게 고민을 얘기했는데 부모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부모 얘기만 한다면 더 이상 아이가 자신의 고민을 부모에게 털어 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고민을 얘기할 때는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치 친구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것은 꼭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같이 공감하고 위로받기 위해서입니다.
제 경험상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은 문제를 타인에게 털어놓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리되거나 저절로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고민의 직접적인 대상에게 털어놓을 때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부모 개인적인 고민이건 아니면 아이에 대한 고민이건 부모부터 아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야 합니다. 꼭 고민이 아니더라도 힘들면 힘들다는 부모의 희로애락 감정이나 일상생활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가족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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