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한 책상에 두 명씩 앉았습니다. 학년 초에 짝꿍을 정하기 위해 남녀가 복도에 길게 서서 키 순서로 남녀 짝꿍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짝꿍이 정해지면 남자 짝꿍이 맘에 안 든 여자 아이들은 책상 한가운데 연필로 선을 긋고 남자 짝꿍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상에 선이 없다고 마음이 마냥 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짝꿍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과도하게 저의 영역을 좁게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선을 긋자고 하고 싶어도 오해할까 전전긍긍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렇게 책상에 선을 긋는 다는 것은 맘에 안 드는 짝꿍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내 영역을 명확히 표시해서 책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넓게 사용하기에도 도움을 줍니다.
분명 처음 책상을 만들었을 때는 책상에 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시작된 책상에 선 긋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이 분명해져 어느 순간 짝꿍이 정해진 후 특별히 책상에 선을 긋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선을 그으면서 싫어하는 티를 안 내도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으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1인 1책상을 사용하니 책상에 선을 긋는 것도 추억의 라떼(나 때는 말이아~)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선은 애매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선들을 긋고 생활을 합니다. 대표적인 선이 바로 위도와 경도를 바탕으로 각국의 국경선이나 국가 안의 행정구역을 나누는 선, 그리고 개인간의 영토 소유를 구분 짓는데도 선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선은 이런 지리적인 것을 구분하는 데만 사용하지 않고 사람 간의 관계를 표현할 때도 사용합니다. 특히 두 사람 간의 친밀도를 나타낼 때 많이 사용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들을 대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친구를 대할 때, 손 위 사람을 대할 때, 손 아래 사람을 대할 때,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대할 때, 나보다 능력이 못한 사람을 대할 때 등. 누가 정해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간접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특정 사람에 대한 선도 존재하는데 선의 위치는 주로 첫인상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경험을 통해 선의 위치와 두께가 달라집니다. 신뢰가 많이 쌓일수록 선의 두께는 얇아지거나 가까워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두꺼워거나 멀어집니다.
이처럼 지리적인 경계의 선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사람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선은 불명확하며 때에 따라서는 두 사람 간에도 다르게 생각합니다. 즉 나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 간의 관계가 어려운 것입니다. 특히 남녀 간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리적인 경계의 경우 다툼이 발생할 때 측량을 통해서 정확히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친밀도에는 그러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직 나만이 결정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은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과의 관계는 오로지 자신만이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합니다.
따라서 남녀 관계를 떠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설사 그 사람과 관계가 원하는 만큼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후회가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경험을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수립한 사람과의 관계의 선을 보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지금은 사람 간의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평등 사회입니다. 물론 지위나 물질적인 소유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차별과 계급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 자신은 소중한 사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소중한 사람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비록 내가 조금 잘났다고 나보다 못난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어느 사회 건 나보다 더 힘 있고 잘난 사람은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어느 사회건 나보다 더 힘없고 못난 사람도 반드시 있습니다. 지금 비록 상황이 안 좋더라도 용기 잃지 말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인류 역사상 언제나 그랬듯이 일반 민중과 시민들이 가장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잘났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일반 민중이고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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