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상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만 60세입니다. 물론 회사의 임원이나 공무원 중 일부 예외는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19년 62세에서 2023년 63세, 2033년 65세로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등을 고려해 기업이 최장 65세까지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법적으로 정년을 정하고 또 늘리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기는 어렵습니다.
1997년 IMF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즉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를 다니더라도 같은 업무를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몇몇 자격증이 있는 업종을 제외하고는 보편화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몇몇 자격증이 있는 업종도 개인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정년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이유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처럼 들립니다.
단지 과거에 비해서는 이직과 그로 인한 퇴사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1년간 기업 평균 퇴사율을 17.9%였으며 이중 1년 차 이하에서 48.6%로 가장 높았으며, 3년 차 이하에서 무려 84.9%를 차지할 정도로 저 연차에서 퇴사를 많이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퇴직 이유로는 이직(41.7%, 복수응답), ‘업무 불만’(28.1%), ‘연봉 불만’(26.2%), ‘잦은 야근 등 워라밸 불가’(15.4%), ‘복리후생 부족’(14.8%), ‘상사와의 갈등’(14.6%) 등의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기업 평균 퇴사율 18%, 1년 차 이하 퇴사율 48.6% 가장 높아)
하지만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인원은 지난해보다 3만2000명(33.0%) 늘어난 12만9000명으로 이는 통계를 작성한 1998년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작년 말에 비해 실업자 수는 늘고 실업률도 높아졌습니다. (출처: 통계청 자료)
저도 올해 13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로부터 퇴직을 권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자존심을 내세워 퇴직을 받아 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와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다시 취업을 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년에 복직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돈 때문에 일하는 건, 비굴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며
버티는 건 부끄러운 것도 비참한 것도 아니다.
1년을 낭비한 걸까?
괜찮아. 1년 더 살면 돼.
낭비한 시간은 무병장수로 메워보자.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중에서…>
그래서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앞으로 뭘 먹고살 것인지, 저의 평생 직업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이라도 평생 직업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전까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책잡히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면서 버티십시오.
직장을 잃는다는 것,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그저 생계유지 수단을 상실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적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파괴한다. 그러나 직장이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마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사람들은 직업에서 돈만이 아니라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며 인간적 존엄과 품격을 실현하려고 한다.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퇴사는 하고 싶을 때 하십시오. 그래야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직장을 잃는 아픔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비록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직장을 잃었다 하더라도 용기 잃지 말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분들께 한 말씀드립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인류의 생활 패턴이나 환경은 또다시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마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변화했던 것만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나 원격 서비스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만큼 해결책도 빨리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너무나 상황이 절박하고 어려워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무턱대고 급하게 결정을 내린다면 하늘에서 준 이 절호의 기회를 날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했을 때는 그만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어제의 삶으로 또다시 살아갈 가능성 역시 큽니다. 그래서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의 경험은 비록 개인적으로 비참하고 참기 힘든 굴욕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니 그러니까 반드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 각자 인생에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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