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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세

전통 문화에 대한 자세

by 까삼스 이삐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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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는 패배 의식과 더불어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의 영향으로 열등의식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강한 힘 앞에 갑작스럽게 일본은 무릎을 꿇고 임시정부가 시행하려고 했던 서울 진공 작전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우리는 독립을 맞이합니다. 

 

출처: https://pixabay.com

 

서양 열강들의 도움으로 625 전쟁에서 우리는 결국 살아남았습니다.미국 군대의 주둔과 각종 원조로 국방은 튼튼해지고 공장과 기반시설을 지으면서 서양의 것은 좋고 우리 것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전통들을 하찮은 것으로 천대했습니다. 친일파 송병준의 집 아궁이에서 불쏘시개가 될 뻔한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이나 참기름 병으로 사용했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등 간송 전형필 선생이 우리 문화재를 수집한 과정을 보면 일제 시대 때 우리가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문화재 인 줄도 모르고 불쏘시개로 완전히 사라진 아름다운 문화재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천대는 대한민국 수립 이후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로 아름다운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들이 훼손되거나 소실되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전통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구시대 사람 취급하며 멸시를 해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습니다.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http://kansong.org/collection/baekjachochungnankuk/)

 

산나물을 캐던 할머니가 우연히 발견해 참기름 병으로 사용했다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았고, 훗날 국보 제294호로 지정될 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소중한 우리 문화재입니다.

 

특히 이 백자는 조선시대의 여느 백자와 달리 국화와 나비는 별도로 만들어 양각으로 붙였고, 풀잎은 청화 안료, 국화는 진사와 철채를 입혔습니다. 이렇게 양각처리를 한 후 그 위에 붉은색, 푸른색 그리고 노란색인가 분홍색인가 하는 색을 입힌 매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18세기 전반경 경기도 광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방법을 몰라 제작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 뷔페식당 출입을 거부당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호텔 사장이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먼 것 같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출처: 문화재청(http://www.heritage.go.kr)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문화유산 중 현대문명의 영향으로 소멸되거나 변질될 위험성이 있는 것을 선별하여 이를 보호하고 원형적 형태가 지속적으로 유지·전승될 수 있도록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 보호·관리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지사가 문화재 보호법을 근거로 한 조례에 의하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지정하는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무형문화재 개수는 세부종목을 포함해서 146개입니다. 판소리처럼 잘 알려진 것부터 화각장처럼 생소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통계청 참조)

 

겉에서 보면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하나의 무형문화재를 완벽히 익히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부 종목들을 제외하고는 학교 교육으로는 배울 수도 없고, 대중적인 관심이 적어 생계를 꾸리기 조차 막막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중 전승취약종목 35개를 지정해 추가 지원을 하고 있고 전승 여건 및 생활환경의 변화로 소멸 위험이 높아진 가사, 줄타기, 발탈 3개 종목은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대신문 참조) 하지만 금전적인 보상 이외에는 대중화 방안이나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것 같은 근본적인 대책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은 필요 없다고 불편하다고 우리 것을 하나씩 둘씩 버리고 잊어버린다면 결국 우리 주변에 우리 것은 하나도 없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 하나하나에는 우리 선조들의 혼과 얼이 가득한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즉 우리 역사에 한 부분입니다. 과거가 없으면 미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지켜서 후대에 물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옛날 방식만 그대로 옳다고 고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우리 것에 바탕을 둔 융합이 필요합니다. 물론 옛날 방식은 옛날 방식 그대로 계승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이날치 밴드가 시도하는 음악은 전통(판소리)과 현대(대중음악)를 이어주는 가교 역학을 한다는 의미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이왕 무형문화재를 지정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시키려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서 정규 교과 과정에 어떻게 편입을 시킬 것인지 그리고 명절과 연계해서 어떻게 대중화할 것인지부터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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