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미래 관계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이어져 온 47년간의 동거생활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연말 협상 마감 시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함로써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브렉시트 경착륙` 우려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도 사라졌습니다.
다만,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합의안은 이제 양측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비준을 받는데는 크게 어렵지 않을 전망입니다.
비준을 거치면 내년 1월 1일부터 양측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맞게 됩니다. 양측이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합의한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은 상품·서비스 교역, 국가보조금, 어업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합의는 금융 서비스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과 외교 정책, 대외 안보, 방위 협력 분야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우선 상품 교역 분야에서 양측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상품의 무관세 교역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무관세가 적용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량 제한 없이 교역할 수 있는 무쿼터 교역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이 EU 단일시장·관세동맹을 탈퇴한 만큼 양측 상품 교역에서는 통관 및 규제를 위한 국경이 세워진다. 이에 따라 상품 이동 시 통관·검역 절차가 적용돼 상품 교역은 더 까다로워진다. EU 집행위원회는 "단일시장 안에서의 시장 접근권과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이번 합의는 항공·도로·철도·해양에서 지속가능한 연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과 EU 간 이동의 자유는 사라진다. 앞으로 영국인이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영국인이 EU 회원국에서 해당국 시민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EU 회원국 국적자의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도 끝난다.
협상 마지막까지 걸림돌이었던 어업 문제는 영국 측이 양보하며 어렵게 합의가 이뤄졌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양측은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6개월에 걸쳐 지금보다 25% 삭감하기로 했다. EU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하기로 했다. 당초 영국은 3년에 걸쳐 60~80%까지 어획량 쿼터를 줄이는 방안을 주장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영국 수역에서 조업해온 북서부 유럽의 많은 어업 지대는 합의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5년6개월 뒤 영국이 EU 선박의 수역 접근을 완전히 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EU 어선들이 영국 수역에서 매년 잡아들이는 어획량은 6억5000만유로(약 8750억원) 규모다. 양측 미래관계협상의EU 측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합의 발표 뒤 EU가 회원국 어업 종사자들의 이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어업 문제와 함께 협상 막판까지 양측 의견이 엇갈렸던 공정경쟁 환경에 대해서는 EU 측이 양보해 합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합의안에서 국가보조금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원칙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당초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자국 기업에 보조금이나 특혜를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EU는 영국 기업이 EU 기업에 비해 불공정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국가보조금, 조세, 환경, 노동권 등과 관련해 공정경쟁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양측은 조만간 법원에서 집행 가능하며, 불법 보조금 등은 회수할 수 있는 공동 원칙을 논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또 브렉시트 이후 환경, 노동권 등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 독립 중재 절차가 포함된 `재균형 메커니즘(Rebalancing Mechanism)`을 구축하기로 했다. 불이익을 당한 측에서는 공정경쟁 회복을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상품 교역과 달리 영국이 강점을 가진 금융 서비스 분야에 대한 내용은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금융 서비스에 관한 별도 규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영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EU가 비회원국인 영국의 금융 규제·감독 실효성이EU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영국 금융 업체가 EU에서 별도 인가 없이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합의안에는 규제 동등성에 대한 EU의 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양측 사법당국과 경찰 간 협력은 영국의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 유럽경찰청(Europol) 탈퇴에도 계속 이어진다. 영국은 실종, 도난 등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 데이터베이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테러 관련 용의자 지문, DNA 데이터베이스 등 정보도 공동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브렉시트 경착륙 피했다…英·EU `47년 동거` 마침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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