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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세

요양병원에 대한 자세

by 까삼스 이삐 202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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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부 요양병원에서 어르신들을 상대로 최면 진정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합니다. 의존성이나 내성이 강해 장기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한데 노인과 정신 질환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요양병원에서는 의례적으로 처방되고 있다고 합니다. 환자를 학대한다는 기사보다 더 충격적인 기사였습니다. 

 

출처: https://pixabay.com

 

요양병원은 거동이 불편하고 치료나 보호가 필요한 치매나 중풍 등에 걸린 어르신들이 주로 입원해 생활을 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가족이 돌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배우자의 도리나 자식의 효심에 기대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원치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안에 환자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가족들의 삶을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부모를 내다 버리는 고려장이 있었겠습니까? 

 

출산율 저하에 따른 고령사회[1]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며 노인 환자 문제를 사회나 국가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요양병원의 설립 기준을 완화하며 전국에 민간 요양병원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각종 비리는 끝없이 발생하는데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정부로서는 알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는 못하고 있습니다. 

 

민간요양병원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두제(일당정액제)라는 것입니다. 인두제란 환자가 어떠한 치료를 받든 간에 환자 한 명당 동일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을 최소한으로 고용하거나 비숙련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를 최소화합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저가인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입니다. 깨어 있으면 일손이 필요하니 차라리 잠이나 자라는 것입니다.

 

출처: https://pixabay.com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내 가족이고 부모라면 과연 그렇게 했을까요? 

정말 화가 납니다. 

돈만 벌 생각을 하는 병원 관계자들은 정말이지 기본적인 윤리의식조차 없는 파렴치한 사람들입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비난을 피해 가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모든 요양병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핵가족화로 부모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오지 않아서 경제적,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없어서 가족을 저가의 요양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가족들은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다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추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짐이 되기 싫어서 가족과의 생이별을 하는 것은 싫지만 입원하면 죽어야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요양병원 문제는 단순히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와 동시대에 함께 살았던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 면에서 우리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비참합니다. 

 

2018년도에 정부가 근절해야 할 생활 적폐 중 하나로 요양병원 비리와 관련된 의료기관 보험수급비리 근절을 포함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정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정비하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든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1]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경우, 참고로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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